‘알파고 아버지’의 AI 경고 “일자리 뺏기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조선일보, 박선민 기자.조선비즈
입력 2025.06.05. 19:22업데이트 2025.06.06. 09:13
구글의 인공지능(AI) 조직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가 AI에 대한 통제를 잃어버리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허사비스는 이세돌과 대국을 둔 ‘알파고’를 개발한 인물로, 작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사비스는 4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AI 기술이 나쁜 세력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과 AI 모델을 통제할 안전장치가 부재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이 두 가지는 모두 중요하고 도전적인 위험”이라고 했다.
허사비스는 AI 발전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점은 지나치게 우려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최근 AI 발달로 신입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허사비스 CEO는 그보다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갖춘 ‘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오용 가능성에 경고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허사비스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AI가 잘못 사용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다”며 “악의적인 사용자는 이런 기술을 해로운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강력한 AI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나쁜 사람들에게는 제한하면서도, 좋은 사람들이 수많은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허사비스는 AI로 노동의 판도가 바뀌겠지만, 일자리를 완전히 없애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기술 발달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생기고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다”며 “AI 덕분에 늘어난 생산성을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도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AI를 인터넷과 비교하면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대체되는 일자리보다 새롭고 더 나은 일자리가 생기는 게 보통인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허사비스는 국제적으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기본 규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물론 현재 지정학적 상황을 보면 쉽지는 않아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AI가 더욱 정교해지면 전 세계가 반드시 그런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AI를 활용해 타인의 음성을 흉내 내는 사기, 딥페이크 기술로 음란물을 만드는 범죄 등은 이미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AI가 국가 안보에 재앙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5월 해커들이 AI를 이용해 미국 정부 관계자를 사칭하는 음성 메시지를 만들어냈다며 직접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